중성미자·힉스 입자란? 반물질·핵융합부터 암흑물질·암흑에너지까지 한 번에 이해하기

중성미자란? 손톱만 한 면적(1cm²)을 1초에 뚫고 지나가는 중성미자 650억 개. 배경은 우주배경복사 지도

중성미자는 전기를 띠지 않고 전자보다 100만 배 이상 가벼운 기본 입자입니다. 태양에서 쏟아져 나와 지금 이 순간에도 손톱만 한 면적(1cm²)을 1초에 약 650억 개씩 지나가는데, 우리 몸도 지구도 그냥 뚫고 갑니다. 아무것과도 거의 부딪히지 않아서 ‘유령 입자’라고 불립니다.

이 작은 입자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원자 속 쿼크에서 출발해 빅뱅, 태양의 핵융합, 그리고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암흑에너지까지 따라가야 합니다. 이 글은 “중성미자가 뭐야?”라는 질문 하나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진 질문들을 이해하기 쉬운 순서로 다시 엮었습니다. 도해 26장은 이 글을 위해 새로 그렸습니다.

이 글의 지도

1부 재료 원자 속 쿼크 → 글루온 → 약한 핵력 → 중성미자 → 반물질 → 빛 → 장 → 힉스
2부 역사 우주 맨 처음의 에너지 → 10억분의 1 → 빅뱅 연표 → 38만 년
3부 별 태양 핵융합 → 에너지의 행방 → 별과 지구
4부 보이지 않는 95% 암흑물질 → 암흑에너지 → 우주 구성 비율
5부 한눈에 보는 표 입자 무게 순위 · 조합 · 붕괴와 소멸

확인 기준: 2026년 10월 10일. 숫자는 KATRIN·플랑크 위성·NASA·PDG(입자물리 데이터 그룹) 등 원 발표 자료와 대조했고, 출처는 글 끝에 모았습니다. 이론에 따라 달라지는 값과 대략적인 추정치는 본문에 따로 표시했습니다.

먼저: 이 글의 단위 읽는 법

입자의 에너지와 무게는 전자볼트(eV)로 잽니다. 1 eV는 전자 하나를 1볼트 전압으로 밀었을 때 얻는 에너지로, 약 1.6×10⁻¹⁹줄(J)입니다. E=mc²에 따라 질량도 에너지로 바꿔 같은 단위로 적기 때문에 “힉스 입자의 무게는 125 GeV”처럼 말합니다.

에너지·질량 단위 사다리: eV, keV(1천 배), MeV(100만 배), GeV(10억 배), TeV(1조 배), PeV(1000조 배)와 각 단위의 예
앞 글자(킬로·메가·기가·테라·페타)가 하나 올라갈 때마다 1,000배씩 커집니다.
에너지·질량 단위 읽는 법
단위읽는 법크기이 글에 나오는 예
eV전자볼트1가시광선 알갱이 약 2 eV, 중성미자 질량 0.45 eV 미만
keV킬로전자볼트1천 eV(10³)병원 X선 수십 keV
MeV메가전자볼트100만 eV(10⁶)전자 0.511 MeV, 쌍생성 문턱 1.022 MeV
GeV기가전자볼트10억 eV(10⁹)양성자 0.938 GeV, 힉스 125 GeV, 톱 쿼크 172.6 GeV
TeV테라전자볼트1조 eV(10¹²)LHC 충돌 에너지 13.6 TeV
PeV페타전자볼트1000조 eV(10¹⁵)LHAASO가 잡은 감마선 2.5 PeV
  • 질량으로 바꾸면: 1 GeV는 약 1.78×10⁻²⁷kg으로 양성자 하나(약 1.67×10⁻²⁷kg)와 비슷합니다. 0.511 MeV인 전자는 약 9.1×10⁻³¹kg입니다.
  • 10의 거듭제곱: 10⁶은 100만, 10⁻⁶은 100만분의 1입니다. 10⁻¹²초는 1조분의 1초, 10⁻¹⁰m는 100억분의 1m(원자 하나 크기)입니다.
  • 광년: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로 약 9조 4,600억 km입니다.
  • 수명과 반감기: 수명은 불안정한 입자가 평균적으로 버티는 시간, 반감기는 절반이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반감기 ≈ 수명 × 0.69). 혼자 있는 중성자는 수명이 약 15분, 반감기가 약 10분입니다.
  • 절대온도(K): 영하 273.15도를 0으로 놓은 온도입니다. 우주배경복사의 2.7 K는 약 영하 270도입니다.

1부 · 세상을 이루는 재료

1. 원자 속에는 무엇이 있나: 양성자는 쿼크 3개

원자핵 속 양성자는 더 쪼갤 수 없는 알갱이가 아니라 쿼크 3개의 묶음입니다. 그리고 양성자 무게의 약 99%는 쿼크가 아니라 쿼크를 묶어 두는 에너지입니다.

원자는 한가운데의 작은 원자핵과 그 둘레를 구름처럼 둘러싼 전자로 되어 있습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전하 0)가 뭉친 덩어리입니다. 양성자를 더 들여다보면 업 쿼크 2개와 다운 쿼크 1개가 나옵니다. 쿼크는 전하가 1/3 단위로 쪼개진 특이한 입자이고, 혼자서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원자 속으로 확대해 들어가기: 원자(약 10⁻¹⁰m) 안의 원자핵(약 10⁻¹⁴m), 그 안의 양성자(약 10⁻¹⁵m)는 업·업·다운 쿼크 3개를 글루온이 묶은 것이며 양성자 무게의 약 99%는 묶는 에너지
업(+2/3) + 업(+2/3) + 다운(−1/3) = +1. 그림 속 크기는 대략적인 자릿수입니다.

더 놀라운 건 무게입니다. 쿼크 3개의 질량을 모두 더해도 양성자 질량의 약 1%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99%는 쿼크를 묶는 힘의 에너지와 그 안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쿼크의 에너지입니다. 아인슈타인의 E=mc²는 에너지와 질량이 같은 것의 두 얼굴이라는 뜻이라, 이 에너지가 무게로 측정됩니다. 우리 몸무게도 거의 전부가 이 ‘묶는 에너지’입니다.

양성자와 양전자는 다른 입자입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자주 헷갈립니다. 원자핵에 있는 것은 양성자(proton)이고, 양전자(positron)는 전자의 반물질입니다.

전자·양전자·양성자 비교
구분전자양전자양성자
전하−1+1+1
무게(전자 = 1)11약 1,836
정체기본 입자전자의 반물질 쌍둥이쿼크 3개의 묶음
있는 곳원자 바깥쪽자연에 거의 없음원자핵 속

양성자가 전자보다 1,836배 무겁다고 해서 양전자 1,836개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랬다면 전하가 +1,836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1입니다. 또 양성자가 전자의 반물질이었다면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된 수소 원자는 생기자마자 사라졌을 것입니다. 양성자의 반물질 짝은 따로 있는 반양성자입니다.

2. 글루온과 강한 핵력: 쿼크를 묶는 접착제

현대 물리학에서 힘은 ‘보이지 않는 끈’이 아니라 입자를 주고받는 일입니다. 쿼크를 묶는 강한 핵력의 배달원이 글루온이고, 이름도 접착제(glue)에서 왔습니다.

자연의 네 가지 힘과 전달 입자: 강한 핵력은 글루온, 전자기력은 광자, 약한 핵력은 W·Z 입자, 중력은 중력자(미발견). 중성미자는 약한 핵력과 중력만 느낀다
자연의 힘은 네 가지이고, 힘마다 전달하는 입자가 있습니다. 중력을 전달할 것으로 보는 중력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글루온은 빛처럼 질량과 전기 전하가 없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빛 알갱이끼리는 서로 거의 상관하지 않지만 글루온은 자기들끼리도 달라붙습니다. 그래서 쿼크 사이에 글루온이 엉긴 띠가 생기고, 이 띠는 고무줄처럼 멀어져도 힘이 약해지지 않습니다. 자석이 멀어질수록 약해지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이 띠가 당기는 힘을 환산하면 약 15톤을 매단 정도입니다(이론값을 바탕으로 한 계산).

쿼크를 억지로 떼어 내면 생기는 일 4단계: 양성자 안의 쿼크 3개는 가까우면 느슨하고, 하나를 당기면 글루온 띠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며, 끊어지는 순간 새 쿼크·반쿼크 쌍이 생긴다. 새 반쿼크는 끌려 나온 쿼크와 묶여 중간자가 되고, 새 쿼크는 남은 두 쿼크와 묶여 양성자나 중성자가 된다
쿼크를 혼자 꺼낼 수 없는 이유. 3단계는 5장에서 볼 ‘쌍생성’과 같은 원리입니다.

쿼크를 억지로 떼어 내려고 계속 당기면 띠에 에너지가 쌓이다가 끊어지는데, 그 에너지로 새 쿼크·반쿼크 쌍이 생겨 끊어진 양쪽 끝에 붙습니다. 새 반쿼크는 끌려 나온 쿼크와 묶여 중간자(쿼크+반쿼크 묶음)가 되고, 새 쿼크는 남은 두 쿼크와 묶여 다시 쿼크 3개 묶음(대개 양성자나 중성자)이 됩니다. 그래서 아무리 세게 쳐도 쿼크는 늘 묶음으로만 나옵니다. 아주 세게 치면 이렇게 끊어지는 일이 여러 번 이어져 묶음 여러 개가 한 줄기로 쏟아집니다. 반대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있을 때는 힘이 느슨해서 쿼크가 안에서 거의 자유롭게 빠르게 움직입니다. 1장에서 본 ‘양성자 무게의 99%’가 바로 이 띠와 움직임의 에너지입니다.

강한 핵력에는 +, −처럼 전하가 세 종류 있어서 빨강·초록·파랑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진짜 색은 아닙니다). 쿼크 3개는 이 세 ‘색’이 섞여 중성이 될 때 안정합니다. 쿼크 하나와 반쿼크 하나도 ‘빨강’과 ‘반빨강’처럼 색이 서로 지워지면 중성이 되는데, 위 그림 4단계에서 새 반쿼크가 끌려 나온 쿼크와 짝을 짓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글루온은 8종류가 있고, 1979년 독일 DESY 연구소의 가속기 실험에서 처음 확인됐습니다. 입자를 충돌시키자 파편이 두 줄기가 아니라 세 줄기로 튀었는데, 세 번째 줄기가 글루온의 흔적이었습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무엇이 묶나: 핵력

원자핵 속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는 힘도 강한 핵력입니다. 다만 쿼크를 묶는 힘이 양성자·중성자 바깥으로 조금 새어 나온 나머지라서 ‘핵력’이라고 따로 부릅니다. 글루온은 ‘색’을 띠고 있어서 쿼크처럼 양성자 밖으로 혼자 나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양성자와 중성자는 색이 지워진 묶음인 중간자를 주고받으며 붙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바깥쪽에서 당기는 힘은 가장 가벼운 파이온이 맡고, 더 가까운 거리는 더 무거운 중간자들이 맡습니다. 스트레인지 쿼크가 든 케이온은 양성자·중성자 사이를 오가지 못합니다. 오가려면 한쪽이 스트레인지 쿼크가 든 다른 입자로 바뀌어야 하는데, 강한 핵력은 쿼크의 종류를 바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인데도 바짝 붙으면 속의 전기력이 조금 새어 나와 분자를 이루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아주 짧습니다. 파이온이 무거워서 양성자 한두 개 거리만 벗어나도 거의 사라집니다. 반면 양성자끼리 밀어내는 전기력은 원자핵 끝에서 끝까지 미쳐서, 양성자가 많은 큰 원자핵일수록 불안정해집니다.
  • 전하를 가리지 않습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거의 같은 세기로 당겨서, 중성자는 밀어내지 않는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무거운 원자핵일수록 중성자가 더 많은 이유이고, 우라늄-238은 양성자 92개에 중성자가 146개입니다.
  • 너무 가까우면 밀어냅니다. 중간자로 설명하면 오메가라는 무거운 중간자가 이 밀어내는 힘을 맡습니다. 그래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한데 뭉개지지 않고, 원자핵은 크기와 상관없이 밀도가 거의 같습니다.
  • 양성자+중성자는 묶지만 같은 것끼리는 못 묶습니다. 같은 입자 둘은 스핀(팽이 같은 성질)을 나란히 놓을 수 없어 핵력이 약해지는데, 그 상태로는 아슬아슬하게 모자라 양성자 둘도 중성자 둘도 붙어 있지 못합니다. 태양 핵융합 1단계에서 양성자 하나가 중성자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입니다(14장).

중간자 주고받기는 원자핵 크기에서 잘 맞는 설명 방식이고, 가장 밑바닥에는 쿼크와 글루온이 있습니다. 2007년 일본 연구진이 쿼크와 글루온만으로 핵력을 슈퍼컴퓨터로 계산해, 아주 가까우면 밀어내고 조금 떨어지면 당기는 핵력의 모양을 처음으로 재현했습니다.

3. 약한 핵력과 W·Z 입자: 입자의 종류를 바꾸는 힘

약한 핵력은 밀고 당기는 힘이 아니라 입자의 종류를 바꾸는 힘입니다. 그 일은 W 입자가 하고, Z 입자는 종류를 바꾸지 않고 툭 치기만 합니다.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는 방사성 붕괴, 태양의 핵융합이 모두 이 힘으로 일어납니다.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는 순간: 다운 쿼크 하나가 업 쿼크로 바뀌며 W⁻ 입자를 내놓고, W⁻는 곧바로 전자와 반중성미자로 쪼개진다
다운 쿼크(−1/3)가 업 쿼크(+2/3)로 바뀌면서 남는 전하 −1을 W⁻가 들고 나갑니다. 전하의 합은 처음과 끝이 같습니다.

왜 ‘약한’ 핵력인가

힘 자체가 원래 약해서가 아닙니다. 배달원인 W·Z 입자가 너무 무겁기 때문입니다. W는 양성자의 약 86배, Z는 약 97배로, 쪼갤 수 없는 기본 입자인데도 철 원자 하나보다 무겁습니다. 양자 세계에서는 에너지를 잠깐 빌려 입자를 만들 수 있는데, 비싼 입자일수록 빨리 갚아야 합니다. W와 Z는 워낙 비싸서 멀리 가지 못하고, 도달 거리가 약 10⁻¹⁸m, 양성자 크기의 수백분의 1에 불과합니다. 입자끼리 거기까지 바짝 붙어야 반응이 일어나니 평소에는 아주 드물게 일어나고, 그래서 약해 보입니다.

약한 핵력을 전달하는 W·Z 입자
입자전하무게(양성자 = 1)하는 일
W⁺, W⁻+1, −1약 86전하를 들고 가며 입자 종류를 바꿈
Z0약 97종류는 그대로 두고 부딪혀 밀기만 함

W와 Z는 생기자마자 약 10⁻²⁵초 만에 다른 입자로 쪼개지기 때문에 직접 보지 못하고 쪼개진 파편을 모아 확인합니다. 1983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Z 입자가 풀어낸 두 가지 수수께끼

  • 사라진 태양 중성미자: 태양에서 와야 할 중성미자가 계산의 약 3분의 1만 잡혀 수십 년간 수수께끼였습니다. 캐나다 SNO 실험은 세 종류 중성미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세는 Z 반응을 이용했고, 전체 개수가 계산과 맞았습니다. 중성미자가 사라진 게 아니라 오는 도중 종류가 바뀐 것이었습니다.
  • 중성미자는 딱 세 종류: Z는 일부가 중성미자 쌍으로 쪼개지는데, 중성미자 종류가 많을수록 쪼개질 길이 많아져 더 빨리 사라집니다. CERN이 Z의 수명을 정밀하게 재서 ‘약한 핵력을 느끼는 가벼운 중성미자는 세 종류’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이 힘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 일

  • 태양이 천천히 탑니다. 태양 핵융합의 첫 단계는 양성자 하나가 중성자로 바뀌어야 시작되는데, 이 반응이 워낙 드물어 태양 속 양성자 하나가 겪으려면 평균 수십억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태양이 한꺼번에 폭발하지 않고 약 100억 년 동안 탑니다(14장).
  • 탄소 연대 측정: 탄소-14가 약한 핵력으로 천천히 붕괴하기 때문에(반감기 약 5,730년) 남은 양으로 유물의 나이를 셉니다.
  • 우주 초기의 시간 싸움: 중성자는 혼자 두면 평균 약 15분 만에 양성자로 바뀝니다. 빅뱅 직후 원자핵이 만들어진 3~20분은 중성자가 사라지기 전에 헬륨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 싸움이었습니다(12장).

약한 핵력은 원래 전자기력과 한 몸이었습니다. 빅뱅 후 10⁻¹²초 무렵 힉스 장(8장)이 작동하면서 W와 Z는 무거워지고 광자는 질량 없이 남아 두 힘이 갈라졌습니다. 그리고 약한 핵력은 자연의 힘 가운데 유일하게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고(W 입자는 ‘왼손잡이’ 입자하고만 반응합니다), 물질과 반물질을 아주 살짝 다르게 대하는 힘입니다. 이 성질이 11장에서 볼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와 이어집니다.

4. 중성미자란? 약한 핵력만 느끼는 유령 입자

중성미자(뉴트리노)는 전하가 없고, 질량이 전자의 100만분의 1도 안 되며, 약한 핵력과 중력만 느끼는 기본 입자입니다. 이름도 ‘중성(中性) + 아주 작은 입자(微子)’라는 뜻입니다. 앞의 두 장을 거치면 왜 지구를 뚫고 지나가는지가 설명됩니다. 전자기력과 강한 핵력은 아예 통하지 않고, 유일하게 느끼는 약한 핵력은 바짝 붙어야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 질량: 독일 KATRIN 실험이 202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상한은 0.45 eV입니다. 전자(약 51만 1천 eV)보다 100만 배 이상 가볍습니다. 오랫동안 질량이 0인 줄 알았습니다.
  • 얼마나 많나: 태양 핵융합에서 나온 중성미자가 지구에서 1cm²당 1초에 약 650억 개 지나갑니다.
  • 얼마나 안 부딪히나: 납으로 1광년 두께의 벽을 세워도 절반쯤은 통과한다는 비유가 흔히 쓰일 정도입니다(에너지에 따라 다릅니다).
  • 세 종류와 ‘진동’: 전자·뮤온·타우 중성미자가 있고, 날아가는 도중 서로 종류가 바뀝니다. 질량이 없다면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 질량이 있다는 증거가 됐고, 이를 밝힌 가지타 다카아키와 아서 맥도널드가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중성미자는 1930년 볼프강 파울리가 처음 제안했습니다. 방사성 붕괴에서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를 설명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가 에너지를 가져갔다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검출은 26년 뒤인 1956년 원자로 옆에서 이뤄졌습니다.

중성미자 검출 원리: 반중성미자가 검출기 속 양성자에 부딪히면 중성자와 양전자가 생기고, 양전자 소멸로 한 번, 1,000분의 1초 안에 중성자 포획으로 한 번 더 번쩍인다
원자로에서 나온 반중성미자를 잡는 방법. 두 번 연속 번쩍임을 중성미자의 신호로 봅니다.

워낙 안 부딪히니 거대한 검출기를 지하 깊숙이 두고 오래 기다립니다. 일본 슈퍼카미오칸데는 물 5만 톤짜리 탱크이고, 남극 아이스큐브는 얼음 1km³를 통째로 검출기로 씁니다. 한국에서는 전남 영광 한빛원전 옆 RENO 실험이 2012년 중성미자 진동의 핵심 값 하나를 측정했습니다.

5. 반물질과 양전자: 만나면 빛이 되는 쌍둥이

반물질은 질량은 같고 전하만 반대인 쌍둥이입니다. 물질과 만나면 둘 다 사라지고 빛이 되고, 반대로 에너지가 충분한 빛은 물질과 반물질 한 쌍이 됩니다. 앞의 것을 쌍소멸, 뒤의 것을 쌍생성이라고 합니다.

쌍생성과 쌍소멸: 1.022 MeV 이상의 감마선이 원자핵 근처에서 전자와 양전자 한 쌍이 되고, 전자와 양전자가 만나면 둘 다 사라지며 감마선 2개가 정반대 방향으로 나간다
에너지가 물질이 될 때는 전하의 합(0)이 지켜져야 해서 늘 물질 1개와 반물질 1개가 짝으로 생깁니다.

빛은 전하가 0입니다. 빛이 전자(−1) 하나만 만들면 없던 전하가 생기니 규칙(전하 보존) 위반입니다. 전자와 양전자(+1)를 함께 만들면 합이 0이라 허용됩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물질이 될 때는 반드시 짝으로 생기고, 우주 초기에 물질과 반물질이 거의 같은 양으로 생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양전자를 만드는 세 가지 방법

  1. 원자핵이 내뱉게 하기: 양성자가 지나치게 많은 원자핵 안에서 양성자 하나가 중성자로 바뀌며 양전자와 중성미자를 내놓습니다(W⁺가 쪼개진 결과). 병원 PET 검사에 쓰는 불소-18이 대표적입니다. 소형 가속기(사이클로트론)로 만들고 반감기가 약 110분이라 병원 근처에서 만들어 바로 씁니다. 실험실에서는 반감기 2.6년인 나트륨-22를 씁니다.
  2. 에너지로 직접 만들기: 전자 2개의 질량에 해당하는 1.022 MeV 이상의 감마선이 원자핵 근처를 지나면 전자·양전자 쌍이 됩니다. 강력한 레이저나 가속기로 이 방법을 씁니다.
  3. 자연에서: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가 대기와 부딪힐 때 생기고, 2011년에는 NASA 페르미 우주망원경이 뇌우에서 생긴 감마선 섬광이 양전자 빔을 만들어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만든 뒤가 더 어렵습니다. 양전자는 어떤 물질에 닿든 그 안의 전자와 만나 사라지기 때문에, 공기를 뺀 진공 속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만든 ‘덫’에 띄워 둬야 합니다. 1983년 W·Z 입자 발견도 반양성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모아 두는 기술 덕분이었고, 이 업적으로 이듬해 노벨상이 나왔습니다.

PET 검사는 쌍소멸을 이용합니다. 양전자를 내뿜는 약물을 몸에 넣으면 양전자가 바로 옆 전자와 만나 사라지며 감마선 2개를 정반대 방향으로 쏩니다. 기계가 두 빛을 동시에 잡아 약물이 모인 위치를 계산합니다. 빅뱅 직후에 일어난 일이 지금 병원 검사실에서 매일 일어나는 셈입니다.

6. 빛은 입자일까 파동일까

둘 다입니다. 날아갈 때는 파동처럼, 생기거나 흡수될 때는 알갱이처럼 행동합니다. 알갱이 하나의 에너지는 진동수, 즉 빛의 색이 정합니다.

빛은 날아갈 때 물결, 닿을 때 알갱이. 전파부터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 순으로 진동이 빨라지고 알갱이 하나의 에너지가 커진다
전파와 감마선은 같은 빛(전자기파)이고 진동 속도만 다릅니다.

물결끼리 겹치면 세지거나 지워지는데, 비눗방울에 보이는 무지개색이 이 현상입니다. 반면 빛이 물질에 닿을 때는 에너지가 연속으로 흘러들지 않고 한 덩어리씩 들어옵니다. 태양광 패널은 빛 알갱이 하나가 전자 하나를 쳐서 전기를 만듭니다.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받은 업적도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이 ‘광전효과’였습니다. 같은 햇빛이라도 자외선 알갱이는 피부 세포를 손상시킬 만큼 세고 적외선 알갱이는 따뜻하게 할 뿐인 이유입니다.

빛 알갱이의 에너지에 한계가 있을까

이론상 정해진 상한은 없습니다. 같은 빛도 광원 쪽으로 다가가며 보면 더 파랗고 세게 측정되기 때문에(도플러 효과) ‘이게 최대’라는 숫자를 정할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는 걸리는 곳이 있습니다.

  • 관측 기록: 중국 LHAASO 관측소는 2021년 약 1.4 PeV(1.4×10¹⁵ 전자볼트) 감마선을 보고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백조자리의 거대한 감마선 거품에서 온 약 2.5 PeV짜리를 보고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빛 알갱이보다 약 1,000조 배 센 에너지입니다.
  • 우주의 안개: 에너지가 아주 센 빛은 우주에 깔린 배경복사 빛과 부딪혀 전자·양전자 쌍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래서 PeV급 빛은 대략 우리 은하 크기 정도만 날아가고 사라집니다.
  • 이론의 끝: 약 10²⁸ 전자볼트(플랑크 에너지) 근처에서는 중력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데, 양자역학과 중력을 함께 다루는 이론이 아직 없습니다. 빛에 한계가 있다기보다 우리 물리학이 거기서 끊깁니다.

7. 결국 모든 것은 ‘장의 물결’이다

현대 물리학(양자장론)은 공간 전체에 여러 ‘장(field)’이 깔려 있고, 우리가 입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 장에 생긴 덩어리진 물결이라고 봅니다. “모든 게 파동으로 되어 있다”는 직관이 거의 맞는 셈입니다.

장과 그 장의 물결
장그 장의 물결(입자)
전자기장광자(빛)
전자장전자
쿼크장쿼크
글루온장글루온
중성미자장중성미자
힉스장힉스 입자

이 그림으로 앞의 이야기를 다시 보면 이렇습니다. 쌍생성은 에너지를 받은 전자장에 물결이 한 쌍 일어나는 것이고, 쌍소멸은 전자장의 물결이 꺼지면서 그 에너지가 전자기장의 물결(빛)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 우주의 모든 전자가 완벽하게 똑같은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같은 바다에서 일어난 같은 종류의 물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바다 물결은 아무 크기로나 생기지만 장의 물결은 정해진 최소 단위로만 생깁니다. 그 최소 단위 하나가 입자 하나라서, 전자 반 개나 빛 알갱이 1.5개는 없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모든 것은 덩어리로 끊어지는 장의 물결로 되어 있다”입니다.

이 글에 나오는 입자 지도: 물질 입자는 업·다운 등 쿼크 6종과 전자·뮤온·타우, 중성미자 3종이고, 힘을 전달하는 입자는 글루온·광자·W·Z, 질량을 주는 입자는 힉스
표준모형의 기본 입자를 이 글에 나오는 것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우리 몸의 원자는 업·다운 쿼크와 전자만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이나 공은 파동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무겁고 빠를수록 파장이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걸어갈 때의 파장을 계산하면 약 10⁻³⁵m로 원자핵보다 10²⁰배쯤 작아서, 파동다운 행동이 드러날 틈이 없습니다. 큰 물체는 주변 공기 분자·빛과 끊임없이 부딪혀 물결끼리 겹치는 효과도 곧바로 흐트러집니다. 그래도 실험으로 확인되는 크기는 계속 커져서, 2019년에는 원자 2,000개 가까이로 된 분자에서도 파동만 만들 수 있는 간섭무늬가 확인됐습니다.

이 그림에도 빈칸은 있습니다. 시공간이 출렁이는 중력파는 2015년에 관측됐지만, 중력을 덩어리진 물결(중력자)로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장들로 설명되는 것은 우주의 약 5%뿐입니다. 나머지 95%는 4부에서 다룹니다.

8. 힉스 입자란? 입자에 무게를 주는 힉스 장

힉스는 쿼크 같은 물질 입자도, W·Z 같은 힘 전달 입자도 아닌 세 번째 종류입니다. 우주 전체에 깔린 힉스 장과 많이 얽힐수록 입자가 무거워지고, 힉스 입자는 그 장을 세게 쳤을 때 생기는 물결입니다. 7장의 ‘장의 물결’ 그림으로 보면 힉스 장은 질량을 나눠 주는 바다이고, 힉스 입자는 그 바다가 진짜 있다는 증거입니다.

쿼크도 힘도 아닌 세 번째 종류

기본 입자는 세 종류로 나뉜다
종류해당 입자하는 일스핀
물질 입자쿼크, 전자, 중성미자 등물질을 이룸1/2
힘 전달 입자글루온, 광자, W, Z힘을 전달1
힉스힉스 하나뿐다른 입자에 질량을 줌0

스핀은 입자마다 타고나는 성질인데, 힉스는 스핀이 0인 유일한 기본 입자입니다. 스핀이 있는 장이 우주를 채우고 있다면 공간에 특정한 방향이 생겨 버리지만, 스핀 0인 힉스 장은 방향이 없어서 우주 어디에나 고르게 깔려 있어도 방향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간 전체에 깔린 질량의 바다’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름에 모두 ‘보손’이 붙어(W 보손, Z 보손, 힉스 보손) 헷갈리기 쉬운데, 보손은 스핀이 정수인 입자를 묶어 부르는 넓은 분류일 뿐입니다. 국내에서는 보통 ‘더블유 보손’, ‘제트 보손’이라고 읽고, 영어권에서 Z는 미국은 ‘지’, 영국·유럽은 ‘제드’로 읽습니다. 힉스는 약한 핵력 자체가 아니라, 빅뱅 후 10⁻¹²초에 W·Z를 무겁게 만들어 약한 핵력을 ‘약해 보이게’ 만든 가장 가까운 친척입니다.

힉스 장은 바다, 힉스 입자는 물결: 광자는 힉스 장과 얽히지 않아 질량 0, 전자는 조금 얽혀 가볍고, 톱 쿼크는 많이 얽혀 가장 무겁다. 양성자 충돌로 바다를 세게 치면 힉스 입자가 생겼다가 10⁻²²초 만에 쪼개진다
화살표 길이는 같은 힘으로 밀었을 때 움직이는 정도(관성)를 비유한 것입니다. 광자는 질량이 없어 늘 빛의 속도로 움직입니다.

힉스 장은 어떻게 질량을 주나

먼저 바로잡을 점이 있습니다. 힉스 ‘입자’가 질량을 주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질량을 주는 건 힉스 ‘장’이고, 장은 지금도 우주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질량은 한 번 받고 끝나는 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상호작용이라, 힉스 장이 꺼진다면 그 순간 전자의 질량도 0이 됩니다.

  1. 질량이 없으면 무조건 빛의 속도로 달립니다. 광자는 멈출 수도 느려질 수도 없습니다. 질량이 있다는 건 빛보다 느리게 갈 수 있고 멈춰 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2. 전자는 원래 질량을 직접 가질 수 없습니다. 3장에서 본 것처럼 약한 핵력은 왼손잡이 전자와 오른손잡이 전자를 다르게 대합니다(W는 왼손잡이하고만 반응). 이 규칙 때문에 힉스 장이 없다면 두 전자는 각자 빛의 속도로 달리는 질량 0인 입자였을 것입니다.
  3. 힉스 장이 둘을 계속 바꿔 줍니다. 빅뱅 후 10⁻¹²초에 켜진 힉스 장은 우주 어디서나 같은 값(약 246 GeV)을 가집니다. 전자는 이 장과 끊임없이 얽히며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로 계속 뒤바뀝니다. 물리학자들은 이를 빛의 속도로 지그재그를 그리며 가는 모습에 비유합니다. 지그재그로 가니 평균 속도는 빛보다 느리고 제자리에 머물 수도 있게 되는데, 그것이 질량입니다.
  4. 얽힘이 셀수록 무겁습니다. 쿼크·전자의 경우 질량 = 얽힘 세기 × 246 GeV ÷ √2입니다. 톱 쿼크는 얽힘 세기가 약 1이라 약 173 GeV, 전자는 약 0.000003이라 0.000511 GeV입니다.
질량이 생기는 원리 비유: 같은 시간 동안 광자는 빛의 속도로 직진하고, 전자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로 가끔 바뀌며 지그재그로 덜 나아가고, 톱 쿼크는 자주 바뀌어 가장 덜 나아간다
물리학자들이 쓰는 비유 그림입니다. 실제 입자가 공간에서 이런 궤적을 그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힉스는 누구와 얽히나

W·Z만이 아니라 질량을 가진 거의 모든 기본 입자와 얽힙니다. 무게가 곧 얽힌 세기입니다.

힉스와 얽힌 세기와 실험 확인 상태
입자얽힘 세기실험 확인
톱 쿼크가장 강함(약 1)확인(2018년)
W, Z강함확인(2012~2015년)
바텀 쿼크, 타우중간확인(타우 2016년, 바텀 2018년)
뮤온약함증거 단계(2020년~)
전자, 업·다운 쿼크아주 약함아직 못 잼
광자, 글루온직접은 없음다른 입자를 거친 간접 효과는 확인
중성미자모름질량의 기원 자체가 미해결
힉스 자신있음아직 못 잼(LHC의 다음 목표)
  • 톱 쿼크는 전자보다 약 34만 배 무겁고, 힉스와 얽힌 세기도 그만큼 다릅니다. 왜 입자마다 이렇게 다른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힉스는 ‘무게를 주는 방법’은 설명하지만 ‘왜 하필 그 무게인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 W·Z는 힉스 장의 일부를 흡수해 무거워졌고, 쿼크·전자는 ‘유카와 결합’이라는 다른 방식으로 얽힙니다. 결과는 둘 다 질량입니다.
  • 우리 몸무게는 힉스 덕분이 아닙니다. 힉스가 주는 건 쿼크·전자 자체의 질량으로 몸무게의 약 1%이고, 나머지 99%는 1장의 ‘쿼크를 묶는 에너지’입니다. 그래도 힉스가 없으면 전자에 질량이 없어 원자가 생기지 않으니, 없으면 안 되는 1%입니다.

톱 쿼크: 가장 무거운 기본 입자

  • 업 → 참 → 톱으로 이어지는 같은 집안(전하 +2/3)의 3세대입니다. 무게는 약 172.6 GeV로 양성자의 약 184배, 금 원자 하나와 비슷하고, 업 쿼크보다 약 8만 배 무겁습니다.
  • 수명이 약 5×10⁻²⁵초로 너무 짧아 글루온 고무줄에 묶일 틈도 없이 쪼개지는 유일한 쿼크입니다. 거의 항상 W와 바텀 쿼크로 쪼개집니다.
  • 1995년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테바트론 가속기에서 발견됐습니다.
  • 힉스와 가장 세게 얽혀 있어서, LHC에서 힉스를 만들 때 글루온 둘이 톱 쿼크를 거쳐 힉스가 됩니다. 힉스가 빛 2개로 쪼개질 때는 주로 W가, 그다음으로 톱 쿼크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합니다.

힉스 입자는 왜 금방 사라지나

힉스 입자는 바다(힉스 장)를 LHC처럼 엄청난 에너지로 세게 쳤을 때만 생기는 물결이고, 다른 입자에 질량을 나눠 주는 일과는 상관없습니다. 무거운 입자라 약 1.6×10⁻²²초 만에 더 가벼운 입자들로 쪼개지는데, 절반 넘게(약 58%)는 바텀 쿼크 쌍이 됩니다. 물결은 사라져도 바다는 그대로입니다. 쪼개지는 비율은 22장의 붕괴 표에 정리했습니다.

9. 힉스 입자는 어떻게 발견했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서 양성자를 수백조 번 충돌시키고, 파편으로 계산한 무게가 125 GeV 근처에서만 조금 더 많이 나오는 ‘작은 혹’을 찾아냈습니다. 2012년 7월 4일 발표됐고, 1964년 이론을 낸 피터 힉스와 프랑수아 앙글레르가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힉스 입자 발견 과정: 둘레 27km LHC에서 양성자를 충돌시키고, 힉스가 쪼개진 감마선 2개나 전자·뮤온 4개로 원래 무게를 계산해 쌓으면 125 GeV에 작은 혹이 생긴다
그래프는 원리를 보여 주는 개념도이며 실제 측정 그래프가 아닙니다.
  1. 무대: 스위스·프랑스 국경 지하 약 100m에 있는 둘레 27km의 원형 가속기입니다. 양성자 두 줄기를 빛의 속도에 거의 가깝게(99.9999% 이상) 반대 방향으로 돌려 정면충돌시키고, 이를 위해 자석을 영하 271도까지 냉각합니다. 충돌 지점의 거대한 검출기 ATLAS(높이 25m, 7천 톤)와 CMS(1만 4천 톤)를 서로 다른 팀이 따로 운영해 결과를 교차 확인했고, CMS에는 한국 연구진도 참여했습니다.
  2. 어려움: 2012년 당시 충돌은 1초에 최대 수억 번 일어났지만, 힉스는 그 조건으로 계산하면 약 30억 번에 한 번꼴로 생기고(대략적인 값) 생겨도 약 10⁻²²초 만에 쪼개져 힉스 자체는 볼 수 없습니다. 데이터가 너무 많아 검출기가 흥미로워 보이는 충돌만 골라 1초에 수백~천 개 정도만 저장했습니다. 지금은 충돌이 1초에 최대 약 15억 번으로 늘었습니다.
  3. 방법: 힉스가 빛(감마선) 2개로 쪼개지는 경우와, Z 입자 2개를 거쳐 전자·뮤온 4개로 쪼개지는 경우(‘황금 경로’)를 노렸습니다. 파편의 에너지와 방향으로 쪼개지기 전 입자의 무게를 계산해 쌓으면, 평범한 반응들은 완만한 곡선(배경)을 그리고 힉스가 있으면 특정 무게에서만 사건이 조금 더 많은 혹이 생깁니다.
  4. 판정: 작은 혹은 우연히도 생길 수 있어서, 입자물리학은 다른 반응만으로 이만한 혹이 우연히 생길 확률이 약 350만분의 1 이하(5시그마)가 돼야 ‘발견’으로 인정합니다. 2011~2012년 데이터로 ATLAS와 CMS가 각자 따로 약 125 GeV(양성자의 약 133배)에서 이 기준을 넘었습니다.

48년이나 걸린 이유는 이론이 힉스의 무게를 알려 주지 않아 넓은 범위를 뒤져야 했고, 이전 가속기들의 에너지와 충돌 횟수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LEP(2000년 종료)는 “114 GeV보다 가볍지는 않다”까지만 밝혔고, LHC도 2008년 가동 직후 자석 사고로 1년 넘게 멈췄다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발표장에서 피터 힉스가 눈물을 닦는 장면이 유명합니다. 발견 뒤 측정한 성질(스핀 0, 입자별 얽힘 세기)은 지금까지 이론이 예측한 ‘표준 힉스’와 잘 맞습니다.

2부 · 우주는 어떤 순서로 만들어졌나

10. 우주 맨 처음에는 무엇이 있었나

가장 유력한 설명(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맨 처음 에너지는 빛이 아니라 공간 자체에 묶인 형태였습니다. 그 에너지가 빛과 입자로 쏟아진 순간이 우리가 아는 ‘뜨거운 빅뱅’입니다.

먼저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에너지는 물건이 아니라 무언가가 가진 ‘양’입니다. 돈에 비유하면 에너지는 금액이고, 빛·입자·장은 현금·예금·부동산 같은 보관 형태입니다. 그러니 질문은 “처음에 그 돈이 어떤 형태로 있었나”가 됩니다.

  1. 공간에 묶인 에너지(인플레이션): 빅뱅 후 10⁻³²초 무렵까지 에너지는 ‘인플라톤 장’에 들어 있었다고 봅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용수철처럼 저장된 이 에너지가 공간을 순간적으로 최소 10²⁶배 부풀렸습니다. 이때 우주는 뜨겁기는커녕 텅 비고 차가웠습니다.
  2. 빛과 입자로(재가열): 인플레이션이 끝나며 장에 묶여 있던 에너지가 빛과 온갖 입자로 쏟아졌습니다. 예금을 한꺼번에 현금으로 찾은 셈입니다.
  3. 만들어지고 사라지기의 반복: 초기 우주는 빛 알갱이 하나하나가 입자를 만들 만큼 셌습니다. 빛끼리 부딪혀 물질·반물질 쌍이 생기고, 그 쌍이 다시 만나 빛으로 돌아가기를 엄청난 속도로 되풀이했습니다.
  4. 식으면서 ‘만들기’만 멈춤: 우주가 팽창하며 식자 빛이 더는 입자를 만들 힘이 없어졌습니다. 이미 있던 물질과 반물질은 계속 만나 사라졌습니다. 무거운 양성자·반양성자는 1초도 안 돼, 가벼운 전자·양전자는 처음 몇 초 사이에 정리됐습니다.

솔직한 한계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관측 증거가 많은 가장 유력한 이론이지만 결정적 증거로 꼽는 ‘태초의 중력파’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또 10⁻⁴³초(플랑크 시간)보다 앞, 그리고 그 처음 에너지가 애초에 왜 있었는지는 현재 물리학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11. 물질이 반물질보다 10억분의 1 많아서 우리가 있다

빅뱅 직후 반물질 10억 개마다 물질은 10억 1개쯤 있었습니다. 10억 쌍은 서로 소멸해 빛이 됐고, 남은 1개가 모여 별과 지구와 우리 몸이 됐습니다.

10억분의 1이 우리를 만들었다: 반물질 10억 개와 물질 10억+1개가 만나 10억 쌍은 빛(우주배경복사)이 되고 남은 1개가 별·행성·사람이 됐다
비율을 보여 주는 그림입니다. 양이 정확히 같았다면 우주에는 빛만 남았을 것입니다.

이 비율은 추측이 아니라 측정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우주에 있는 빛 알갱이 수와 물질 입자(양성자·중성자) 수를 비교하면 빛이 10억 배 넘게 많습니다. 쌍소멸의 흔적인 셈입니다.

그런데 왜 1개가 남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물질 쪽으로 기울려면 물리 법칙이 물질과 반물질을 아주 살짝 다르게 대해야 합니다. 쿼크에서는 실제로 그런 차이가 발견됐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10억분의 1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중성미자가 유력한 후보로 꼽힙니다.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가 서로 다르게 행동한다면 우주 초기에 그 차이가 물질 쪽 우세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가설(렙토제네시스)입니다. 일본 T2K 실험이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힌트를 냈지만 확정할 수준은 아니어서, 일본 하이퍼카미오칸데와 미국 DUNE 같은 차세대 실험이 이를 확인하려고 건설 중입니다.

12. 빅뱅 순서: 우주 연표 한눈에 보기

우리 존재를 결정한 사건은 거의 다 빅뱅 후 첫 1초 안에 끝났습니다. 수소와 헬륨의 비율은 20분 안에 정해졌고, 빛은 38만 년이 지나서야 자유롭게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빅뱅 이후 우주 연표: 10⁻⁴³초 이전은 알 수 없음, 인플레이션, 재가열, 10⁻¹²초 힉스, 10⁻⁵초 양성자 탄생, 10⁻⁴초 반양성자 소멸, 1초 중성미자 해방, 3~20분 원자핵 합성, 38만 년 우주배경복사, 첫 별, 92억 년 태양 탄생, 138억 년 현재
★ 표시는 이론 모형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추정값입니다.
연표를 글로 보기
빅뱅 이후 경과 시간과 일어난 일
시점일어난 일
0 ~ 10⁻⁴³초알 수 없는 구간(현재 물리학의 한계)
10⁻³⁶ ~ 10⁻³²초(추정)인플레이션: 공간에 묶인 에너지로 급팽창
10⁻³²초 무렵(추정)재가열: 에너지가 빛과 입자로, 뜨거운 빅뱅 시작
10⁻¹²초힉스 장 작동: 입자가 질량을 얻고 약한 핵력과 전자기력이 갈라짐
10⁻⁵초쿼크가 묶여 양성자·중성자 탄생
약 10⁻⁴초양성자·반양성자 소멸, 10억분의 1만 남음
약 1초중성미자가 물질과 떨어져 자유롭게 날아감
약 10초전자·양전자 소멸
3 ~ 20분원자핵 합성: 질량 기준 수소 약 75%, 헬륨 약 25%
38만 년원자가 생겨 빛 해방, 우주배경복사
약 1~2억 년(추정)첫 별 탄생
약 3억 년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확인한 가장 먼 은하들
약 80억 년팽창이 가속으로 바뀜(암흑에너지의 미는 효과가 중력을 이김)
92억 년태양과 지구 탄생(지금부터 46억 년 전)
138억 년현재

약 1초에 풀려난 중성미자는 지금도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우주배경 중성미자). 빛보다 37만 년 이상 먼저 풀려났으니 더 오래된 우주의 사진인 셈이지만, 에너지가 너무 약해 아직 아무도 직접 잡지 못했습니다.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한계는 38만 년이고, 그 이전은 가벼운 원소의 비율이나 배경복사의 얼룩 같은 흔적으로 거꾸로 계산해서 압니다.

13. 38만 년, 빛이 풀려나다: 우주배경복사

빅뱅 후 38만 년 동안 빛은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우주가 식어 원자가 생기자 안개가 걷혔고, 그때 풀려난 빛이 지금 하늘 전체에서 오는 우주배경복사입니다.

38만 년 이전에는 빛이 자유 전자에 계속 튕겨 우주가 불투명했고, 38만 년 이후 원자가 생기자 빛이 곧게 나아가 투명해졌다
전자가 원자핵에 붙잡혀 원자가 되면 빛을 막던 장애물이 사라집니다.

그 전까지 우주는 전하를 띤 입자로 꽉 차서, 빛이 조금 가다 전자에 부딪히고 또 부딪혔습니다. 원자가 만들어지자 빛을 가로막을 자유 전자가 사라졌습니다. “우주가 식었다”는 말의 정체도 여기 있습니다. 우주가 팽창하면 그 안의 빛도 함께 늘어나 파장이 길어지고 에너지가 떨어집니다. 38만 년 무렵 수천 도의 빛이었던 것이 138억 년 동안 늘어나 지금은 약 영하 270도(절대온도 2.7도)의 마이크로파가 됐습니다. 전자레인지와 같은 종류의 전파입니다.

WMAP 위성이 9년 동안 관측한 우주배경복사 전천 지도. 파랑과 빨강 얼룩은 약 10만분의 1 수준의 온도 차이다
WMAP 위성 9년 관측으로 본 우주배경복사. 색 차이는 평균 온도의 약 10만분의 1 수준인 미세한 얼룩입니다. 이미지: NASA/WMAP Science Team(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이 얼룩이 은하의 씨앗이 됐습니다. 또 38만 년 동안 뜨거운 우주 속에는 소리 같은 압력 파동이 퍼졌는데, 안개가 걷히는 순간 그 물결 모양이 그대로 얼어붙어 지금 은하들의 분포에도 일정한 간격의 무늬로 남았습니다. 18장에서 이 무늬를 ‘우주의 자’로 쓰는 장면이 나옵니다.

3부 · 별은 어떻게 빛나나

14. 태양 핵융합 원리: 양성자 4개가 헬륨 1개가 되기까지

태양은 양성자(수소 원자핵) 4개를 합쳐 헬륨 원자핵 1개를 만들고, 이때 약 0.7% 가벼워진 만큼 에너지를 냅니다. 첫 단계에 약한 핵력이 필요해서 반응이 매우 느리고, 그래서 태양은 약 100억 년 동안 천천히 탑니다.

핵융합이 어려운 이유는 양성자끼리 둘 다 +라서 강하게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강한 핵력이 작동하려면 양성자 크기 수준까지 바짝 붙여야 합니다. 태양 중심은 약 1,500만 도에 엄청난 압력이라 양성자들이 맹렬하게 부딪힙니다. 그래도 계산상으로는 밀어내는 벽을 넘기에 모자라는데, 양자역학의 ‘터널 효과’로 일부가 벽을 뚫고 지나가듯 붙습니다.

태양 핵융합 3단계: 1단계 양성자 둘이 중수소와 양전자, 중성미자가 되는 매우 느린 반응, 2단계 중수소와 양성자가 헬륨-3과 감마선이 되는 빠른 반응, 3단계 헬륨-3 둘이 헬륨-4와 양성자 2개가 된다
양성자-양성자 연쇄 반응. 태양 에너지의 대부분이 이 경로로 나옵니다.

1단계에서 중성자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양성자 둘만으로는 핵력이 아슬아슬하게 모자라 붙어 있지 못하므로(2장), 붙는 찰나에 하나가 중성자로 바뀌어야 중수소로 묶입니다. 또 최종 결과물인 헬륨에는 중성자 2개가 필요한데, 태양의 재료는 거의 양성자뿐이라 중성자를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그 ‘바꾸는’ 일을 약한 핵력(W⁺)이 합니다. 빅뱅 직후 3~20분에는 이미 중성자가 있어서 이 느린 단계 없이 빠르게 헬륨을 만들었습니다.

합치면 양성자 4개 → 헬륨 1개 + 양전자 2개 + 중성미자 2개 + 에너지입니다. 양전자는 곧바로 옆 전자와 쌍소멸해 감마선이 되고, 이것도 태양의 열이 됩니다. 태양은 이렇게 1초에 약 6억 톤의 수소를 태우고, 그중 약 400만 톤이 에너지로 바뀝니다.

지구에서 하는 핵융합

수소폭탄은 핵융합을 통제하지 않고 한꺼번에 터뜨린 것입니다. 핵융합 발전은 보통 수소 대신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씁니다. 둘 다 이미 중성자가 들어 있어 태양이 막히는 1단계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 대신 태양 같은 거대한 중력 압력이 없으니 온도를 1억 도 이상으로 올려야 합니다.

  • 한국 핵융합 연구장치 KSTAR는 2024년 이온 온도 1억 도 플라즈마를 48초 동안 유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고성능 운전 모드는 102초).
  • 미국 국립점화시설(NIF)은 2022년 레이저로 넣은 에너지보다 많은 핵융합 에너지를 처음으로 얻었습니다.
  • 프랑스에서는 국제 공동 장치 ITER를 짓고 있습니다. 전기를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멉니다.

15. 핵융합 에너지는 어디로 가나: 빛 98%, 중성미자 2%

핵융합 에너지의 약 2%는 중성미자가 들고 곧장 우주로 빠져나가고, 나머지 약 98%가 결국 빛이 되어 태양을 떠납니다. 다만 처음부터 빛인 건 그중 절반 정도입니다.

핵융합 에너지의 행방: 반응 직후 감마선 49%, 입자 운동 49%, 중성미자 2%. 중성미자는 약 2초 만에 태양을 빠져나가고, 빛은 흡수와 방출을 반복하며 수만~십수만 년 걸려 표면(약 5,500도)에서 나온다
비율은 양성자-양성자 연쇄 반응 기준으로 계산한 값입니다. 빛이 빠져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추정치마다 차이가 큽니다.

반응 직후 에너지는 감마선(약 49%), 새로 생긴 원자핵이 튕겨 나가는 운동(약 49%), 중성미자(약 2%)에 나뉘어 담깁니다. 감마선은 빽빽한 태양 내부에서 조금 가다 흡수되고 다시 방출되기를 끝없이 반복하고, 입자의 운동은 주변과 부딪혀 열이 됩니다. 결국 둘 다 뜨거운 플라즈마의 열로 섞였다가 표면에서 빛으로 방출됩니다. 에너지로 따지면 감마선 하나의 몫이 가시광선 알갱이 수십만~수백만 개로 나뉘어 나오는 셈입니다.

빛은 태양 표면까지 나오는 데 수만~십수만 년이 걸리지만 중성미자는 약 2초 만에 빠져나와 8분 뒤 지구에 닿습니다. 지금 보는 햇빛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에너지이고, 중심에서 핵융합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걸 직접 보여 주는 것은 중성미자뿐입니다. 4장의 ‘초당 650억 개’가 바로 이 중성미자입니다.

16. 별은 원소 공장, 지구는 얼마나 작을까

빅뱅이 만든 것은 수소와 헬륨(과 극소량의 리튬)뿐이었습니다. 탄소·산소·철 같은 나머지 원소는 별이 핵융합으로, 또는 별이 폭발하거나 충돌할 때 만들었습니다.

태양 같은 별은 수소를 다 쓰면 헬륨을 탄소·산소로 융합합니다. 태양보다 약 8배 이상 무거운 별은 더 나아가 무거운 원소를 차례로 만들고, 이 사슬은 철에서 멈춥니다. 철이 가장 단단하게 묶인 원자핵이라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 때는 오히려 에너지를 먹기 때문입니다. 금처럼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 충돌 때 생깁니다. 우리 몸의 탄소와 산소도 옛날 어떤 별 속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천문학에서 ‘별(항성)’은 중심에서 핵융합을 해 스스로 빛나는 천체입니다. 지구는 그 빛을 받는 행성이라, 질량으로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큽니다.

지구 무게를 1로 놓으면 목성 318, 별이 될 수 있는 최소 질량 약 2만 5천(목성의 약 80배), 태양 약 33만. 태양은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86%
막대 길이는 로그 눈금입니다. ‘별 문턱’은 중심에서 수소 핵융합이 시작되는 최소 질량입니다.

태양은 지구보다 약 33만 배 무겁고, 혼자서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86%를 차지합니다. 행성 중 가장 큰 목성도 핵융합에 불이 붙으려면 지금보다 약 80배 무거워야 합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와 비교하면 지구의 질량은 정상 물질 총량의 약 10²⁸분의 1, 암흑물질·암흑에너지까지 더한 전체의 약 10³⁰분의 1 수준입니다(대략적인 추정). 그래도 별들이 만든 재료가 뭉쳐 생명이 나온 곳은 지금까지 지구 하나뿐입니다.

4부 · 보이지 않는 95%

17. 암흑물질: 무게는 있는데 보이지 않는 물질

암흑물질은 중력으로 주변을 끌어당기지만 빛을 내지도, 반사하지도, 흡수하지도 않는 물질입니다. ‘어두운’이라기보다 ‘투명한’ 물질에 가깝고, 양은 우리가 아는 정상 물질의 약 5배입니다.

보이지도 않는데 있다는 걸 어떻게 아나

첫째, 은하가 너무 빨리 돕니다. 1933년 프리츠 츠비키가 은하단에서 처음 이상한 점을 지적했고, 1970년대 베라 루빈이 은하의 회전 속도를 재면서 문제가 분명해졌습니다. 태양계에서는 질량이 태양에 몰려 있어 바깥 행성일수록 느리게 돕니다. 그런데 은하는 가장자리 별들도 안쪽만큼 빠르게 돕니다. 보이는 별과 가스만으로는 튕겨 나가야 정상이니,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은하 전체를 감싸 붙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은하 회전 곡선 개념도: 보이는 별과 가스만 있다면 바깥으로 갈수록 느려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바깥도 빠르게 돌며, 그 차이만큼 보이지 않는 질량이 필요하다
원리를 보여 주는 개념도이며 특정 은하의 측정값을 그린 것은 아닙니다.

둘째, 빛이 휘는 정도로 무게를 잽니다. 무거운 물체는 지나가는 빛을 렌즈처럼 휘게 합니다(중력렌즈). 휘는 정도로 질량 지도를 그리면 보이는 물질보다 훨씬 많은 질량이 나옵니다.

총알 은하단: 무게와 물질이 따로 노는 현장

셋째 증거가 총알 은하단(1E 0657-56)입니다. 지구에서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은하단 두 개가 초속 수천 km로 정면충돌해 서로를 뚫고 지나간 현장입니다. 은하단은 은하 수백~수천 개가 중력으로 묶인 무리인데, 무게 구성은 대략 은하(별) 2%, 은하 사이에 퍼진 수천만 도의 뜨거운 가스 13%, 암흑물질 85%입니다. 정상 물질만 보면 별보다 가스가 몇 배 더 무겁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총알 은하단에서 일어난 일: 충돌 전 두 은하단이 마주 오고, 충돌 순간 가스끼리 부딪히며, 지금은 가스는 가운데 남고 은하와 암흑물질은 양쪽으로 빠져나갔다
은하는 간격이 넓어 그냥 지나가고, 가스는 정면으로 부딪혀 가운데 남고, 암흑물질은 중력 말고는 반응하지 않아 그대로 통과합니다.

연구진은 빛이 휘는 정도로 실제 질량이 어디 몰려 있는지 지도를 그렸습니다. 암흑물질이 없다면 정상 물질의 대부분은 가스이므로 질량 중심이 가운데 가스 쪽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질량 중심은 가스가 없는 양쪽, 서로를 지나쳐 빠져나간 은하들이 지금 있는 곳에 있었습니다. 2006년 발표된 논문의 제목은 “암흑물질 존재의 직접적인 경험적 증거”였습니다.

총알 은하단 합성 사진 풀이: 파랑(1, 4)은 중력렌즈로 잰 질량으로 대부분 암흑물질, 분홍(2, 3)은 엑스선으로 본 뜨거운 가스로 정상 물질의 대부분. 3번은 총알 모양의 충격파
번호와 화살표, 풀이는 이 글에서 덧붙였습니다. 사진: 합성 NASA/CXC/M. Weiss, 엑스선 NASA/CXC/CfA/M. Markevitch 외, 광학·렌즈 지도 NASA/STScI·ESO WFI·Magellan/U.Arizona/D. Clowe 외(찬드라 엑스선 관측소,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

이 사진은 “암흑물질은 없고 중력 법칙이 은하 규모에서 조금 다를 뿐”이라는 소수 의견에도 어려운 숙제를 냈습니다. 중력을 어떻게 고치든 물질이 가장 많은 곳에서 중력이 가장 세게 나와야 하는데, 물질이 없는 곳에 중력이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양쪽 암흑물질끼리도 거의 부딪히지 않고 통과했으니, 암흑물질은 자기들끼리도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암흑물질이 없었다면 우리도 없다

13장의 ‘빛이 갇혀 있던 38만 년’ 동안 정상 물질은 빛에 계속 얻어맞아 뭉칠 수 없었습니다. 암흑물질은 빛과 상관없으니 그사이 먼저 뭉쳐 중력의 웅덩이를 만들어 뒀습니다. 안개가 걷히자 정상 물질이 그 웅덩이로 굴러떨어지며 은하와 별이 빠르게 생겼습니다. 암흑물질이 없었다면 138억 년으로는 은하가 만들어질 시간이 모자랐다고 봅니다.

정체는 모르지만 아닌 것은 안다

  • 보통 물질은 아닙니다. 빅뱅 후 3~20분의 원자핵 합성에서 남은 중수소의 양과 우주배경복사 분석이 정상 물질의 총량을 각각 못 박아 놨는데, 그 양으로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 중성미자도 거의 아닙니다. 중성미자는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고 질량도 있으니 엄밀히는 암흑물질의 일종이지만, 너무 가볍고 빨라 뭉치지 못하고 흩어집니다. 실제 암흑물질의 극히 일부만 차지합니다.

유력한 후보는 셋입니다. 약한 핵력 정도로만 반응하는 무거운 입자(WIMP)를 찾으려고 미국 LZ, 유럽 XENONnT는 지하 깊숙이 액체 제논 수 톤을 담은 탱크를 두고 기다리고, 한국에서는 강원도 양양 지하실험실에서 운영되던 COSINE-100이 정선 예미랩으로 옮겨 COSINE-100U로 이어 가고 있습니다. 전자보다 훨씬 가벼운 액시온, 약한 핵력조차 느끼지 않는 네 번째 중성미자(비활성 중성미자)도 후보입니다. 3장에서 Z로 센 ‘세 종류’는 약한 핵력을 느끼는 중성미자만 센 것이라 이런 종류는 계산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직 어느 것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18. 암흑에너지: 우주 팽창을 점점 빠르게 만드는 에너지

암흑에너지는 우주 공간 전체에 고르게 퍼져 우주의 팽창을 점점 빠르게 만드는 정체불명의 에너지입니다. 우주 구성의 약 68%로 가장 큰 몫을 차지하지만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1998년 두 연구팀은 우주의 팽창이 물질의 중력에 끌려 점점 느려지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Ia형 초신성을 관측했습니다. 이 초신성은 터질 때 거의 항상 같은 밝기로 빛나서, 와트 수가 같은 전구처럼 어둡게 보일수록 멀리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먼 초신성들이 예상보다 더 어두웠습니다. 생각보다 멀리 있다는 뜻이고, 우주가 최근에 오히려 빠르게 팽창해 왔다는 뜻이었습니다. 위로 던진 공이 느려지기는커녕 하늘로 가속해 올라간 셈입니다. 이 발견으로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이 나왔습니다.

다른 증거도 같은 답을 냅니다. 우주배경복사의 얼룩 패턴을 분석하면 우주 전체 에너지 총량이 나오는데, 정상 물질과 암흑물질을 다 더해도 약 32%라 나머지 68%가 비어 있었습니다. 13장의 ‘38만 년 동안의 소리’가 남긴 은하 분포의 무늬를 우주의 자로 삼아 시대별로 우주가 얼마나 커졌는지 재도 가속 팽창이 나옵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정반대: 암흑물질은 끌어당겨 은하를 뭉치게 하고 우주가 커지면 묽어지며, 암흑에너지는 밀어내 팽창을 가속시키고 우주가 커져도 1cm³당 양이 그대로다
크기가 2배가 되면 부피는 8배라서 물질의 밀도는 8분의 1이 됩니다. 암흑에너지는 공간 1cm³당 양이 변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이상한 성질은 공간이 늘어나도 묽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물질의 중력이 이겨 팽창이 느려지다가, 물질이 묽어지면서 약 60억 년 전부터 암흑에너지가 이겨 가속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우리 몸, 지구, 태양계, 우리 은하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중력과 전자기력으로 단단히 묶여 있어서, 암흑에너지는 은하단 사이처럼 텅 빈 엄청난 거리에서만 힘을 씁니다.

정체 후보와 최신 단서

  • 빈 공간 자체의 에너지(우주상수): 아인슈타인이 1917년 우주가 정지해 있다고 믿고 방정식에 넣었다가 우주 팽창이 밝혀지자 철회한 항이, 80년 뒤 되살아났습니다. 다만 7장처럼 빈 공간에도 장들이 깔려 미세하게 떨린다고 보고 그 에너지를 계산하면 관측값보다 10¹²⁰배쯤 크게 나옵니다(계산 방식에 따라 다름). ‘물리학 역사상 최악의 예측’이라 불리는 문제입니다.
  • 천천히 변하는 장(퀸테센스): 10장에서 극초기 우주를 부풀린 인플라톤 장과 비슷한 무언가가 훨씬 약한 세기로 지금 다시 작동한다는 생각입니다.
  • 최근 단서: 미국 DESI 관측팀은 2025년 다른 관측 자료와 합친 분석에서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지나며 약해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결과를 냈습니다. 통계적 확신은 자료 조합에 따라 2.8~4.2시그마로, 물리학이 ‘발견’으로 인정하는 5시그마에는 못 미칩니다. 5년치 전체 자료 분석은 2027년에 나올 예정입니다.

우주의 미래도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그대로라면 팽창이 영원히 가속해 먼 은하들이 하나씩 관측 범위 밖으로 밀려나고, 수천억 년 뒤에는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가 합쳐진 은하 하나 외에는 밤하늘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될 것으로 봅니다(추정). 암흑에너지가 점점 세진다면 은하와 원자까지 찢어 버리는 ‘빅 립’, 약해지다 방향이 바뀐다면 우주가 다시 수축하는 ‘빅 크런치’도 가능합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차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한눈에 비교
구분암흑물질암흑에너지
하는 일끌어당김, 은하를 뭉치게 함밀어냄, 팽창을 가속
분포은하 주변에 뭉쳐 있음공간 전체에 고르게
우주가 커지면묽어짐묽어지지 않음
비중약 27%약 68%
주요 증거은하 회전, 중력렌즈, 총알 은하단초신성 밝기, 배경복사, 우주의 자
정체모름(입자일 가능성)모름(공간 자체의 성질일 가능성)

19. 우주 구성 비율: 정상 물질 5%, 암흑물질 27%, 암흑에너지 68%

플랑크 위성의 2018년 결과로는 지금 우주의 에너지 구성이 암흑에너지 약 68.5%, 암흑물질 약 26.5%, 정상 물질(원자) 약 4.9%입니다. 중성미자는 약 0.1%, 빛은 약 0.005%입니다.

우주 구성 비율: 지금은 암흑에너지 68.5%, 암흑물질 26.5%, 정상 물질 4.9%(플랑크 위성 2018). 38만 년 무렵에는 암흑물질 63%, 빛 15%, 원자 12%, 중성미자 10%, 암흑에너지 거의 0%(NASA WMAP)
비율은 개수나 부피가 아니라 에너지(질량 포함) 기준입니다.
  • 에너지 비율입니다. 질량도 E=mc²로 에너지로 환산해 합친 값이라, “우주 공간의 5%가 원자로 차 있다”는 뜻이 아니라 우주 전체 에너지 중 원자 몫이 5%라는 뜻입니다.
  • 시대마다 바뀝니다. NASA WMAP 자료로 38만 년 무렵에는 암흑물질 63%, 빛 15%, 원자 12%, 중성미자 10%였고 암흑에너지는 거의 0%였습니다. 빛과 중성미자가 4분의 1이었다가 팽창으로 에너지를 잃어 지금은 거의 0이 됐습니다. 앞으로는 암흑에너지 비율이 계속 커집니다.
  • 5% 중에서도 별은 일부입니다. 정상 물질 대부분은 은하 사이에 묽게 퍼진 가스이고, 별에 들어간 것은 그 20분의 1 정도라서 밤하늘의 별은 우주 전체의 약 0.3%입니다(우주의 에너지 목록을 정리한 연구들의 대략적인 추정).
  • 모형을 전제로 한 측정값입니다. ‘암흑물질 + 우주상수’라는 표준 모형에 관측 자료를 맞춘 값이라, 암흑에너지가 변한다고 밝혀지거나 측정 방법마다 다르게 나오는 우주 팽창 속도 문제(허블 긴장)가 풀리는 과정에서 소수점 아래는 바뀔 수 있습니다. 약 5 : 27 : 68이라는 큰 그림은 여러 독립적인 관측이 일치합니다.

5부 · 한눈에 보는 표

20. 입자 무게 순위표: 무엇이 가장 무거울까

기본 입자 중 가장 무거운 것은 톱 쿼크(172.6 GeV)이고, 힉스(125.2 GeV), Z(91.19 GeV), W(80.37 GeV)가 뒤를 잇습니다. 질량이 있는 입자 중 가장 가벼운 것은 중성미자로 전자보다 100만 배 이상 가볍고, 광자와 글루온은 질량이 0입니다.

기본 입자 무게 순위 로그 막대그래프: 톱 쿼크 172.6 GeV, 힉스 125.2 GeV, Z 91.19 GeV, W 80.37 GeV, 바텀 쿼크 4.18 GeV, 타우 1.777 GeV, 참 쿼크 1.27 GeV, 뮤온 105.7 MeV, 스트레인지 93.5 MeV, 다운 4.7 MeV, 업 2.16 MeV, 전자 0.511 MeV, 중성미자 0.45 eV 미만, 광자·글루온 0
막대는 로그 눈금이라 한 칸 길어질 때마다 10배씩 무겁습니다.
기본 입자 무게 순위(무거운 순)
입자종류·전하무게전자 = 1일 때
1. 톱 쿼크쿼크 3세대, +2/3172.6 GeV약 33만 8천
2. 힉스힉스, 0125.2 GeV약 24만 5천
3. Z힘 전달(약한 핵력), 091.19 GeV약 17만 8천
4. W힘 전달(약한 핵력), ±180.37 GeV약 15만 7천
5. 바텀 쿼크쿼크 3세대, −1/34.18 GeV약 8,200
6. 타우렙톤 3세대, −11.777 GeV약 3,480
7. 참 쿼크쿼크 2세대, +2/31.27 GeV약 2,490
8. 뮤온렙톤 2세대, −1105.7 MeV약 207
9. 스트레인지 쿼크쿼크 2세대, −1/393.5 MeV약 183
10. 다운 쿼크쿼크 1세대, −1/34.7 MeV약 9
11. 업 쿼크쿼크 1세대, +2/32.16 MeV약 4
12. 전자렙톤 1세대, −10.511 MeV1
13. 중성미자 3종렙톤, 00.45 eV 미만100만분의 1 미만
14. 광자·글루온힘 전달, 000

값은 PDG(입자물리 데이터 그룹) 2024년 정리 기준입니다. 쿼크는 혼자 꺼낼 수 없어 무게를 간접적으로 정하며, 정의 방식에 따라 값이 조금씩 다릅니다. 중성미자는 직접 측정으로 얻은 상한(KATRIN 2025년)입니다.

참고: 쿼크가 뭉친 입자와 원자핵의 무게

쿼크가 뭉친 입자와 원자핵·원자의 무게
입자재료무게눈여겨볼 점
양성자업 2 + 다운 1938.3 MeV쿼크 3개 질량 합(약 9 MeV)의 약 100배. 나머지는 묶는 에너지(1장)
중성자업 1 + 다운 2939.6 MeV양성자보다 1.3 MeV 무거워서 혼자 두면 양성자로 붕괴할 수 있다
파이온(π⁺)업 + 반다운139.6 MeV쿼크와 반쿼크 2개의 묶음
헬륨-4 원자핵양성자 2 + 중성자 23,727 MeV재료(양성자 2 + 중성자 2)보다 약 0.75% 가볍다. 줄어든 무게가 묶는 에너지로, 핵융합 에너지와 같은 원리(14장)
금 원자원자핵 + 전자 79개약 183 GeV톱 쿼크 하나(172.6 GeV)와 비슷

21. 입자는 어떻게 조합되나: 쿼크에서 분자까지

업·다운 쿼크와 전자 세 가지만 있으면 우리 주변의 모든 원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쿼크 3개가 강한 핵력으로 묶여 양성자·중성자가 되고, 그것들이 뭉쳐 원자핵이, 원자핵이 전자를 붙잡아 원자가, 원자들이 전자를 함께 써서 분자가 됩니다.

쿼크에서 분자까지 조합 계층도: 업·다운 쿼크와 전자에서 양성자·중성자, 헬륨-4 원자핵, 헬륨 원자, 물 분자로. 반양성자와 양전자를 합치면 반수소
단계마다 묶는 힘이 다릅니다. 안쪽은 강한 핵력, 바깥쪽은 전자기력입니다.
무엇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만들어지는 것재료묶는 힘비고
양성자업 쿼크 2 + 다운 쿼크 1강한 핵력(글루온)전하 +1
중성자업 쿼크 1 + 다운 쿼크 2강한 핵력전하 0
파이온(π⁺)업 쿼크 + 반다운 쿼크강한 핵력쿼크와 반쿼크의 묶음(중간자). 우주선이 대기와 부딪힐 때 생긴다
중수소 원자핵양성자 1 + 중성자 1강한 핵력(새어 나온 힘)태양 핵융합 1단계의 결과(14장)
헬륨-4 원자핵양성자 2 + 중성자 2강한 핵력매우 단단하게 묶여 있다
수소 원자양성자 1 + 전자 1전자기력우주 정상 물질의 약 75%(질량)
탄소 원자(탄소-12)양성자 6 + 중성자 6 + 전자 6강한 핵력 + 전자기력별 속 핵융합에서 만들어진다(16장)
물 분자수소 원자 2 + 산소 원자 1전자기력(전자를 함께 씀)분자를 묶는 것도 전자기력
반수소반양성자 1 + 양전자 1전자기력CERN에서 실제로 만들어 가둬 둔다
포지트로늄전자 1 + 양전자 1전자기력잠깐 묶였다가 소멸한다(22장)

원자핵을 묶는 힘(핵력)은 쿼크를 묶는 강한 핵력이 양성자·중성자 바깥으로 조금 새어 나온 것입니다(2장). 그래서 도달 거리가 원자핵 크기 정도로 짧습니다. 모든 조합은 반물질로도 똑같이 성립하지만, 물질과 만나면 소멸하기 때문에 자연에서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22. 붕괴와 소멸 표: 양전자·중성자·뮤온·힉스는 어떻게 사라지나

무거운 입자는 더 가벼운 입자로 쪼개지고, 결국 전자·양성자·광자·중성미자(와 그 반입자)만 남습니다. 양전자는 혼자 있으면 붕괴하지 않지만 전자를 만나는 순간 둘 다 소멸해 빛이 됩니다. 수명은 어떤 힘으로 쪼개지는지와 쪼개질 때 남는 에너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중성자는 약한 핵력으로 쪼개지는 데다 남는 에너지가 0.78 MeV로 아주 작아서 15분이나 버팁니다.

무거운 입자는 가벼운 입자로 쪼개진다: 톱 쿼크, 힉스, Z, W, 타우, 파이온, 뮤온, 중성자의 붕괴와 양전자·전자 쌍소멸, 그리고 결국 남는 안정한 입자(전자·양성자·광자·중성미자)
시간은 평균 수명입니다(중성자는 혼자 있을 때).

쪼개지지 않는 입자

쪼개지지 않는 입자
입자수명비고
전자안정더 가벼운 전하 입자가 없어 쪼개질 곳이 없다
양전자혼자면 안정전자를 만나면 쌍소멸해 감마선 2개(각 0.511 MeV)
양성자안정(수명이 10³⁴년보다 길다)쿼크 3개 묶음 중 가장 가벼워 쪼개질 곳이 없다. 붕괴는 아직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다
광자안정질량이 0
중성미자안정쪼개지지 않고 날아가며 종류만 바뀐다(진동)

양성자는 왜 쪼개지지 않나

양성자는 쿼크 3개로 되어 있지만 쿼크로 쪼개지지 않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 쿼크는 혼자 있을 수 없습니다. 쿼크 3개의 무게를 더해도 양성자의 약 1%뿐이라 흩어지면 더 가벼워질 것 같지만, 2장 그림처럼 쿼크를 떼어 놓을수록 글루온 띠의 에너지가 계속 늘어나고 그 전에 띠가 끊어져 새 묶음이 될 뿐입니다. ‘흩어진 쿼크 3개’라는 상태는 아예 없습니다.
  • 더 내려갈 곳이 없습니다. 붕괴는 더 가벼운 입자로만 일어나고, ‘쿼크 수 − 반쿼크 수’는 지금까지 관측된 어떤 반응에서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양성자가 쪼개지면 결과물 안에 쿼크 3개 묶음이 하나는 남아야 하는데, 양성자가 그런 묶음 중 가장 가볍습니다. 양성자보다 약 0.14% 무거운 중성자는 양성자로 바뀔 수 있지만(3장), 양성자는 바뀔 곳이 없습니다. 가장 가벼운 전하 입자인 전자가 안정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만 쿼크를 양전자 같은 입자로 바꾸는 힘이 있다면 양성자 붕괴도 가능합니다. 여러 힘을 하나로 묶으려는 대통일 이론이 이를 예측해서, 일본 슈퍼카미오칸데가 1996년부터 물 5만 톤 속 양성자 약 1.7×10³⁴개(계산값)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양성자 수명이 10³⁴년이라면 이 안에서 1년에 한두 개는 쪼개져야 하는데,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붕괴 경로(양전자+중성 파이온) 기준으로 양성자 수명은 2.4×10³⁴년보다 길다고 봅니다. 우주 나이(138억 년)의 10²⁴배가 넘는 시간입니다.

쪼개지는 입자

쪼개지는 입자와 수명
입자평균 수명주로 무엇으로작용하는 힘
톱 쿼크약 5×10⁻²⁵초W + 바텀 쿼크(거의 100%)약한 핵력
힉스약 1.6×10⁻²²초바텀 쌍 58%, W 쌍 21%, 글루온 쌍 8%, 타우 쌍 6%, 참 쌍 3%, Z 쌍 3%, 감마선 쌍 0.2%(표준모형 계산값)힉스와의 얽힘
Z약 3×10⁻²⁵초쿼크 쌍 70%, 중성미자 쌍 20%, 전자·뮤온·타우 쌍 10%약한 핵력
W⁻약 3×10⁻²⁵초쿼크 쌍 67%, 전자·뮤온·타우 + 반중성미자 각 약 11%약한 핵력
타우약 2.9×10⁻¹³초더 가벼운 렙톤이나 쿼크 묶음 + 중성미자약한 핵력
중성 파이온(π⁰)약 8.4×10⁻¹⁷초감마선 2개전자기력
양전하 파이온(π⁺)약 2.6×10⁻⁸초반뮤온 + 뮤온 중성미자약한 핵력
뮤온약 2.2×10⁻⁶초전자 + 반전자 중성미자 + 뮤온 중성미자약한 핵력
중성자(혼자)약 878초(약 15분)양성자 + 전자 + 반중성미자약한 핵력

원자핵 붕괴와 쌍소멸

원자핵 붕괴와 쌍소멸
대상반감기·수명결과쓰임
불소-18 원자핵반감기 약 110분산소-18 + 양전자 + 중성미자PET 검사(5장)
탄소-14 원자핵반감기 약 5,730년질소-14 + 전자 + 반중성미자유물 연대 측정(3장)
양전자 + 전자만나는 즉시감마선 2개(정반대 방향)PET가 잡는 빛
포지트로늄약 0.125나노초 또는 약 142나노초감마선 2개 또는 3개전자와 양전자가 잠깐 묶인 상태

쪼개지는 힘에 따라 수명이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같은 파이온이라도 전자기력으로 쪼개지는 중성 파이온은 10⁻¹⁷초, 약한 핵력으로 쪼개지는 양전하 파이온은 10⁻⁸초로 1억 배 넘게 차이 납니다. 약한 핵력이 ‘드물게 일어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3장). 또 뮤온은 2.2마이크로초밖에 못 버티는데도 하늘 높은 곳에서 우주선이 만든 뮤온이 지상까지 도달합니다. 빛에 가깝게 달려서 뮤온의 시간이 느리게 가기 때문인데, 상대성이론의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정리: 질문 하나가 우주 전체로 이어지는 길

“중성미자가 뭐야?”에서 출발한 질문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1. 중성미자가 지구를 뚫고 지나가는 건 약한 핵력과 중력만 느끼기 때문입니다.
  2. 약한 핵력은 W 입자로 쿼크의 종류를 바꿔 중성자를 양성자로, 양성자를 중성자로 바꿉니다.
  3. W가 무거워 약한 핵력이 ‘약해 보이는’ 건 우주 전체에 깔린 힉스 장 때문이고, 같은 장이 쿼크와 전자에도 무게를 줍니다.
  4. 그 반응이 태양 핵융합의 첫 단계입니다. 느려서 태양은 100억 년을 타고, 그때 나온 중성미자가 1초에 1cm²당 650억 개씩 우리를 지나갑니다.
  5. 같은 반응에서 W⁺가 쪼개지며 양전자(반물질)가 나옵니다. PET 검사는 그 양전자가 사라질 때 나오는 빛으로 몸속을 찍습니다.
  6. 빅뱅 직후 물질과 반물질은 서로 소멸했고, 10억분의 1의 차이로 남은 물질이 우리가 됐습니다.
  7. 그 차이를 만들 수 있는 힘이 물질과 반물질을 살짝 다르게 대하는 약한 핵력이고, 유력한 가설 하나를 지금 중성미자 실험들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8. 남은 물질이 은하로 뭉친 건 암흑물질 덕분이고, 그 은하들을 서로 밀어내는 건 암흑에너지입니다.
  9. 그리고 우리가 정체를 아는 것은 우주의 약 5%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중성미자는 몸에 해롭지 않나요?

해롭지 않습니다. 지금도 1초에 수백조 개가 몸을 지나가지만 거의 아무것과도 반응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잡는 데도 수만 톤짜리 검출기가 필요합니다.

중성미자는 얼마나 빠른가요? 빛보다 빠르다는 말도 있던데요.

질량이 극히 작아 빛에 아주 가까운 속도로 날아갑니다. 2011년 이탈리아 OPERA 실험이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를 발표했지만, 이듬해 광케이블 연결 불량 등에 따른 측정 오류로 밝혀졌습니다. 1987년 초신성 폭발 때는 중성미자가 빛보다 몇 시간 먼저 도착했는데, 더 빨라서가 아니라 빛이 별의 바깥층을 뚫고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중성미자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1988년 리언 레더먼·멜빈 슈워츠·잭 스타인버거(중성미자 빔 실험과 뮤온 중성미자 발견), 1995년 프레더릭 레인스(중성미자 첫 검출), 2002년 레이먼드 데이비스와 고시바 마사토시(태양·초신성에서 온 중성미자 검출), 2015년 가지타 다카아키와 아서 맥도널드(중성미자 진동 발견, 즉 질량이 있다는 증거)가 받았습니다.

양전자와 양성자는 무엇이 다른가요?

양전자는 전자와 무게가 같고 전하만 +인 전자의 반물질입니다. 양성자는 원자핵 속에 있는 입자로 전자보다 약 1,836배 무겁고, 업 쿼크 2개와 다운 쿼크 1개가 묶인 덩어리입니다. 자세한 비교는 1장의 표에 있습니다.

중간자는 무엇인가요? 이름은 왜 ‘중간’자인가요?

중간자는 쿼크 1개와 반쿼크 1개가 글루온으로 묶인 입자입니다. 쿼크로 된 입자는 크게 두 가족으로, 양성자·중성자 같은 쿼크 3개 묶음(바리온)과 중간자입니다. 둘 다 ‘색’이 지워지는 조합이라 밖에서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간자는 업·다운 쿼크로 된 파이온과 스트레인지 쿼크가 든 케이온입니다.

이름은 1935년 일본의 유카와 히데키가 내놓은 ‘중간자 이론’에서 왔습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는 힘을 전하는 입자가 있다면 무게가 전자와 양성자의 중간쯤(전자의 약 200배)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1947년 우주선 관측에서 실제로 전자의 약 273배인 파이온이 발견됐고, 유카와는 194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보다 앞선 1936년에 발견된 뮤온을 한동안 이 입자로 착각해 ‘뮤 중간자’라고 불렀지만, 뮤온은 쿼크가 없는 무거운 전자입니다.

지금은 원자핵을 묶는 힘을 양성자와 중성자가 파이온 같은 중간자를 주고받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파이온이 무거워서 이 힘은 약 1.4×10⁻¹⁵m, 원자핵 크기 정도까지만 미칩니다. W·Z가 무거워 약한 핵력이 짧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중간자는 쿼크와 반쿼크가 서로 소멸하거나 약한 핵력으로 바뀌어 모두 금방 사라집니다. 가장 오래 사는 중성 케이온도 수명이 약 1억분의 5초이고, 파이온의 수명은 22장 표에 있습니다.

반물질은 얼마나 비싼가요?

시장에서 파는 물건이 아니라 정해진 가격은 없습니다. 자주 인용되는 ‘1g에 62.5조 달러’는 NASA가 1999년 발표 자료에서 당시 생산 효율로 반양성자 1g을 만드는 비용을 추산한 값입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반물질을 모두 합쳐도 1g에 한참 못 미칩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무엇이 다른가요?

암흑물질은 끌어당겨 은하를 뭉치게 하고 우주가 커지면 묽어집니다. 암흑에너지는 밀어내 팽창을 가속시키고 우주가 커져도 묽어지지 않습니다. 둘 다 정체를 모른다는 점만 같습니다. 18장의 비교표를 참고하세요.

W와 Z, 힉스 보손은 어떻게 읽나요?

국내 물리학계와 언론에서는 보통 ‘더블유 보손’, ‘제트 보손’, ‘힉스 보손’이라고 읽습니다. 영어로는 W를 ‘더블유’, Z를 미국에서는 ‘지’, 영국·유럽에서는 ‘제드’라고 읽고, boson은 ‘보존’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우리말 표기로는 ‘보손’과 ‘보존’이 함께 쓰입니다.

힉스 입자를 왜 ‘신의 입자’라고 부르나요?

노벨상 수상자 리언 레더먼이 1993년에 낸 대중서의 제목에서 퍼진 별명입니다. 종교적 의미가 있는 이름은 아니고, 피터 힉스 본인은 이 별명을 싫어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힉스 입자가 실제로 하는 일은 8장에 정리했습니다.

주요 출처

이 글을 쓴 사람

PC Wise AI — 살아남기 위해 학습하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방법을 찾는 사람입니다. 10년 이상 경력의 프로젝트 엔지니어(Project Engineer)로 일하며, 기술이 현장에 도입되고 비용이 집행되는 과정을 지켜본 관점으로 AI·반도체 산업과 자본의 흐름을 정리합니다.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투자자문업자가 아니며, 이 블로그의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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