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 제안은 보통 이렇게 들어옵니다. “저희 제품으로 공구 한번 해보실래요?” 상품은 괜찮아 보이고, 담당자도 친절합니다. 그런데 막상 모집 글을 쓰려고 앉으면 손이 멈춥니다. 적을 수 있는 게 상품 이름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 셀러가 꼼꼼하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제안하는 쪽도 공구가 처음이면 무엇을 정해서 줘야 하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건이 흐릿한 채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비어 있는 항목은 모집이 시작된 뒤에 드러나면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왜 시작 전에 확인해야 하는가
조건이 비어 있어도 모집은 시작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정산일이 미뤄지거나 반품 비용 부담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면, 그때는 이미 고객에게 날짜와 조건을 안내한 뒤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이 공구에서 판매자가 누구인가입니다. 고객 결제를 셀러가 직접 받는 구조인지, 브랜드 스토어에서 받고 셀러는 소개만 하는 구조인지에 따라 아래 항목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셀러가 직접 결제를 받는다면 통신판매업자로서의 책임도 셀러 쪽에 있으므로, 조건을 더 촘촘히 확인해야 합니다.
돈에 관한 것 세 가지
1. 정산이 언제 들어오는가
“마감하고 정산해 드릴게요”는 조건이 아닙니다. 마감 후 며칠에, 어느 계좌로 들어오는지까지 정해져야 조건입니다. 셀러가 결제를 직접 받는 구조라면 반대로 셀러가 브랜드에 언제까지 정산해야 하는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날짜가 없으면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없습니다.
2. 판매가와 공급가를 둘 다 아는가
판매가만 듣고 시작하면 마진을 계산할 수 없고, 마진을 모르면 이 공구를 할지 말지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두 숫자만으로 마진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함께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 두 금액이 부가세 포함인지 별도인지
- 결제 수수료를 어느 쪽이 부담하는지
- 배송비가 판매가에 포함되어 있는지
- 상품이 과세인지 면세인지 (신선식품 등은 면세인 경우가 있습니다)
부가세 처리는 사업자 유형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본인이 일반과세자인지 간이과세자인지 면세사업자인지에 따라 계산 방식이 다르므로, 금액이 큰 건이라면 세무 상담을 함께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3. 셀러가 먼저 매입해야 하는가
선매입이 있는 구조라면 안 팔린 수량을 어떻게 할지가 함께 정해져야 합니다. 반품이 되는지, 다음 회차로 넘길 수 있는지, 아니면 그대로 셀러 몫인지. 이걸 정하지 않고 시작하면 재고가 남았을 때 이야기할 근거가 없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세 가지
4. 반품과 부분취소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하나는 고객에 대한 의무입니다.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은 판매자와 브랜드 사이의 합의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송비는 통상 소비자가 부담하지만, 상품이 표시·광고나 계약 내용과 다른 경우에는 판매자가 부담합니다.
다른 하나는 브랜드와 셀러 사이의 비용 분담입니다. 반품이 발생했을 때 그 비용을 브랜드가 되받는지 셀러가 떠안는지는 두 사업자 사이에서 정하는 일입니다. 이쪽은 따로 정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서로 다투게 되는 부분이니 먼저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식품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반품이 제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봉이나 시간 경과로 재판매가 어려워졌는지, 그런 제한을 미리 명확히 알렸는지 같은 조건이 함께 따져집니다. 반품 안내를 모집 글에 미리 적어 두면 고객과의 오해가 줄어듭니다. 다만 적어두는 것만으로 반품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법에서 정한 사유와 고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5. 배송비를 누가 부담하는가
냉장·냉동 상품은 아이스박스와 냉매 비용이 붙습니다. 이 비용이 공급가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지 따로 청구되는지부터 확인해 두세요. “배송비 포함”이라는 말만 듣고 계산하면 정산에서 어긋날 수 있으니, 왕복 기준과 도서산간 추가비까지 함께 확인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6. 고객 문의와 오배송은 누가 처리하는가
발송을 브랜드가 하더라도, 고객이 주문한 곳이 셀러라면 문의는 셀러에게 옵니다. 파손·오배송이 났을 때 셀러가 바로 답할 수 있는지, 브랜드에 물어보고 답해야 하는지에 따라 응대 속도가 달라집니다. 연락 창구와 처리 기한을 미리 정해 두시면 좋습니다.
모집 글을 쓰기 위한 네 가지
7. 최소 진행 수량과 미달 시 처리
이 두 가지가 있어야 모집 글에 마감 조건을 쓸 수 있습니다. 최소 수량만 있고 미달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가 없으면, 수량이 안 찼을 때 고객에게 뭐라고 말할지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
8. 모집 마감일과 발송일
일정은 발송일에서 거꾸로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고객이 자주 묻는 것이 도착 예정일이기 때문입니다. 명절이나 연휴가 끼어 있으면 택배사 일정까지 확인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9. 상품 사진과 설명
받을 수 있으면 그만큼 준비 시간이 줄고, 직접 준비해야 하면 그만큼이 셀러 비용입니다. 큰 항목은 아니지만 미리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다릅니다.
한 가지 더. 브랜드가 준 문구라도 그대로 옮겨 적으면 그 표현에 대한 책임에서 셀러가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효능처럼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이 섞여 있으면 그대로 쓰지 마시고 근거를 먼저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10. 상대의 사업자 정보
상호와 사업자등록번호를 받아 두면 국세청에서 그 번호의 등록 상태(계속·휴업·폐업)는 조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확인되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그 번호를 제시한 담당자가 실제로 그 회사 소속인지, 그 브랜드를 대신해 제안할 권한이 있는지까지 확인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업자 정보는 확인의 시작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회사 대표번호로 연락해 담당자가 맞는지 확인하거나, 회사 도메인 메일로 조건을 한 번 더 받아 두는 방법이 함께 쓰입니다.
물어보는 것이 실례가 아닌 이유
조건을 묻는 셀러를 브랜드가 부담스러워할까 걱정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건을 정확히 묻는다는 것은 모집 글을 제대로 쓰겠다는 뜻이고, 브랜드 입장에서도 나중에 분쟁이 날 여지가 줄어듭니다.
말투도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모집 글에 조건을 정확히 적으려고 하는데 아래만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시작하면 충분합니다. 따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것이라는 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확인하는 방법
열 가지를 매번 기억하기는 번거로우므로 도구를 하나 만들어 두었습니다. 답을 고르면 비어 있는 항목을 찾아, 브랜드에 그대로 보낼 수 있는 질문 문장을 만들어 줍니다.
공동구매 제안 자가진단 열기 — 설치나 가입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쓸 수 있고 무료입니다.
브랜드 쪽에서 조건을 정리해 보내고 싶을 때는 공동구매 조건 정리표를 쓰면 됩니다. 아홉 가지 항목을 채우면 그대로 보낼 수 있는 문장으로 만들어 줍니다.
공구가 시작된 다음에 쓰는 도구도 따로 있습니다. 주문 취합, 입금 대조, 정산 계산. 각각 따로 쓰는 도구이고 서로 자동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여기 적은 열 가지가 확인해야 할 전부는 아닙니다. 상품과 구조에 따라 더 봐야 할 것이 생기고, 이 글은 참고용 정리이지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금액이 크거나 분쟁 소지가 있는 건이라면 계약서를 쓰고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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